콘텐츠의 품질을 인정받는 바로미터는 구독입니다. 좋은 콘텐츠로 인해 구독자가 늘어나는 것은 브랜드 가치가 증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죠. 콘텐츠 마케팅의 성패도 바로 그 지점에서 좌우될 겁니다.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콘텐츠는 무엇이 그렇게 다를까요?
콘텐츠 마케팅의 일차적인 목표는 구독자층을 늘리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기록하는 매출의 대부분은 바로 이 구독자 층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말처럼 쉬운 건 아니겠죠. 먼저 만드는 입장에선 한껏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몰입도를 만들기도 어렵고, 그런 몰입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힘들죠. 수용자 입장에서도 만만찮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콘텐츠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시대니까요. 봐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볼 시간은 부족하기만 합니다.
구독을 늘리는 게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 과제인 것은 잘 알지만, 방법을 잘 찾지 못하겠으니 역으로 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구독하는 콘텐츠는 무엇이고, 그들이 가진 특장점에는 무엇이 있는지 말입니다.
필자의 경우를 한번 고려해봤습니다. 정기적으로 반드시 찾아서 보는 콘텐츠 말입니다. 몇 가지가 떠오르네요. 일단 매일 보는 것으론 ‘롱블랙’이란 콘텐츠 구독 서비스 플랫폼이 있고, ‘뉴닉’이나 ‘미라클레터’ 같은 뉴스레터 서비스도 있습니다. 분기별로는 아산나눔재단에서 발행하는 ‘아산기업가정신리뷰’를 챙겨보네요. 알람이 울릴 때마다 소비하게 되는 유튜브 콘텐츠도 빼놓을 수 없죠.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기묘한 케이지’ 같은 영화 채널과 ‘보더로운 생활’ 같은 애견 채널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어떻게 저에게 특별해졌을까요? 우리가 손꼽아 기다리는 콘텐츠에 담긴 핵심 가치들을 톺아봤습니다.
chap 1. “다른 데선 못 듣는 얘기일 걸?” 배타적 정보 및 관점
앞서 언급한 콘텐츠들을 쭉 나열해놓고 살펴보니, 비슷한 느낌의 특징이 툭 떠올랐습니다. 대체로 다른 곳에서 얻지 못하는 차별화된 정보를 주고 있다는 점이었죠. ‘롱블랙’의 경우, 감각을 일깨우는 콘텐츠를 표방합니다.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닌 ‘남다른 감각’에 집중한다는 것이죠. 감각적인 사람은 분별력이 있고 민감하며 진취적이라고 독려하면서요.
그래서인지, 비즈니스 세계의 감각적 케이스들이 잘 정돈되어 매일매일 올라와요. 굉장히 트렌디한 인물과 현상을 다루지만 뻔하다는 인상은 결코 없습니다. 그런 콘텐츠들을 접하면 스스로도 굉장히 감각적인 사람이 되는 듯한 만족감을 얻죠. 손꼽아 찾게 되는 이유입니다.
‘아산기업가정신리뷰’도 마찬가지예요. 스타트업들의 성공 사례를 ‘기업가정신’이라는 키워드로 심층 분석한 리뷰인데, 깊이가 엄청납니다. 아직 국내에선 ‘기업가정신’이란 용어가 대중적이지 않은 데다 혼용되는 측면까지 있어서 자칫 뜬구름 잡는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데, 해당 리뷰는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전문가들의 세세한 분석과 인사이트로 콘텐츠의 밀도를 끌어올렸어요. 시쳇말로 ‘혼자 알고 싶은’ 수준의 콘텐츠죠.
유튜브 채널 ‘기묘한케이지’는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친 콘텐츠를 다루는데, 저한텐 굉장히 신선하고 흥미롭더라고요. ‘케이지’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튜버가 외국 생활을 오래 했는지, 외국 문화 전반에 대해 굉장히 폭넓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음악이나 영상의 전문성도 풍부해서 꽤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실제로 뮤지션으로도 활약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몇 년 전 마블 영화가 대유행하던 시기에 접하게 된 유튜버인데, 그냥 영화 줄거리 읊어주는 채널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여실히 느꼈습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에 인색한 저로서도, 이 정도의 독점적 정보를 가진 콘텐츠라면 그냥 넘길 수가 없었던 거죠.
chap 2. “내 삶에 기여하는가?”…직‧간접적인 도움을 얻는 콘텐츠
외람된 얘기지만, 필자는 주식이니 부동산 같은 걸 평생 모르고 살았어요. 생각 만해도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분주해지더라고요. 굴릴 만한 자금이 넉넉지 않았던 것도 큰 이유였고요. 그런데 생애 처음으로 주식에 손을 댔던 때가 있었으니, 바로 코로나 초입 무렵이었습니다. 주식 안 하면 바보 소리 듣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고 만 거죠.
이후에 굉장히 희한한 경험을 했습니다. 평소 관심도 없던 경제 뉴스, 해외 뉴스가 귀에 콕콕 꽂히는 거예요. 주식을 시작하고 나니, 그런 것들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콘텐츠가 되어 버린 거죠. 단언컨대, 누군가의 삶이나 일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는 힘이 있습니다. 유튜브에 자기 계발 콘텐츠가 넘쳐나고, 큰 인기를 누리는 것도 그 때문이죠. ‘신사임당’ 같은 채널이 몇 십억에 팔리기도 하잖아요.
제가 충실하게 소비하는 콘텐츠들도 그런 면이 다분합니다.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같은 콘텐츠가 대표적이죠. 이동진 평론가는 원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인데요. 그가 해주는 영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끝을 알 수 없는 지식과 교양 수준에 탄복했을 때가 많아요. 예전에는 이동진 평론가가 몇 시간 동안 분석해주는 고전 명작들의 얘기를 들으며 잠들었던 때도 있었을 정도죠. 그의 콘텐츠를 진지하게 듣고 있자면, 몇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은 지적 유희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얻은 지식이나 인사이트는 일상생활이나 특정 현상에 고스란히 활용되죠. 저의 현생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저로선 안 볼 이유를 찾기 힘들죠.
‘보더로운 생활’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저의 본가에서는 계속 강아지를 키워왔는데, 푸들이나 요크셔테리어, 몰티즈 같은 소형 견들이었어요. 저도 개를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개인적인 취향은 골든 레트리버나 보더콜리 같은 대형 견들이거든요. 사실 그림의 떡이긴 했죠. 소형 견을 키우는 것보다 몇 배의 책임감과 경제적 부담이 들 테고, 이를 감당할 자신은 없었으니까요. ‘보더로운 생활’은 그런 저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콘텐츠였습니다. 보더콜리를 키우는 일상을 매우 흥미롭고 진정성 있게 보여줬거든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랜선 집사의 자격만으로도, 저는 오랜 바람을 성취한 것만 같은 기쁨과 만족감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제 삶에 도움을 주고 있는 거죠.
chap 3. 충성도 높은 콘텐츠들의 마케팅 효과는?
정리하면, 우리가 구독까지 할 정도의 충성도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는,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알토란같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거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다른 관점을 특별히 설득력 있게 보여 주거나, 자신의 삶이나 일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스스로 신뢰하는 매체나 신뢰하는 콘텐츠가 있으시겠죠? 현재 구독하고 있거나, 일부러라도 찾아서 보는 콘텐츠를 떠올려보시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을 꼽아보세요. 아마 동의하시는 부분이 꽤 있을 겁니다.
결국 콘텐츠 마케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빚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특별함을 가진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실제로 ‘마케팅’으로까지 연결이 될까요?
저의 경우, 앞서 소개한 ‘롱블랙’이라는 플랫폼을 정기 구독하고 있어요. 월 구독료를 꼬박꼬박 내며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해당 플랫폼에는 특이한 시스템이 하나 있더라고요. 그날 업로드된 콘텐츠를 당일에 보지 못하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봐야 하는 거예요. 정기구독과 상관없이 말이죠. 사실 처음에는 ‘못 보면 못 보는 거지, 이걸 누가 추가 요금까지 지불하며 볼까’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너무 보고 싶은 주제의 콘텐츠는 과금을 지불하면서까지 보게 되는 겁니다. 오랜 학습을 통해 이들이 저에게 제공할 가치를 신뢰하게 됐으니까요. 플랫폼에서 주최하는 오프라인 행사나 관련 굿즈(goods) 이벤트에도 가급적 참여하려 하죠. 이렇듯, 콘텐츠가 가져다주는 경제적인 효익을 생각하면, 좋은 콘텐츠는 여러모로 기업의 자산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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