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두 존재를 의식해야 합니다. 광고주와 독자죠. 마치 두 명의 주군을 모시는 신하처럼 혼란스럽기 마련이죠.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할까요? 오늘은 콘텐츠 마케팅의 ‘오디언스’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앞선 포스팅을 통해 어떤 브랜드이든 지속 가능한 콘텐츠 마케팅 활동을 위해서는 마치 미디어 기업을 운영하는 정도의 전략과 깊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미디어 기업, 이를 테면 신문이나 잡지, 온라인 매거진 같은 곳들은 태생적으로 두 가지 유형의 오디언스를 만족시켜야 하죠. 먼저 독자입니다. 이는 미디어 기업의 존재 이유이자 성장의 기반이죠. 깨알 같은 정보든, 마음을 적시는 감성이든, 유쾌하고 기분 좋은 흥분이든,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든 독자에게 지속적으로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광고주입니다. 미디어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우선순위 상단에 둘 수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검증된 미디어 기업의 수익모델은 광고·스폰서십 같은 것들이죠. 이런 맥락에서 보면, 가장 이상적인 콘텐츠란 독자의 만족과 광고주의 만족을 일치시키는 것이 되겠네요. 하지만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서로 원하는 바가 판이하기 때문이죠.
거의 모든 미디어 기업이 설립 초반에는 독자 중심의 스탠스를 취합니다. 꽤 거창한 슬로건과 비전 제시로 자신이 다루는 분야의 등불을 자처하죠. 하지만 점점 무게중심이 바뀝니다. 돈을 벌기 위해 최적화된 방향, 즉 광고주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겁니다.
독자와 광고주 중 어떤 주군을 섬길 것이냐? 미디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딜레마는 콘텐츠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질문입니다. 콘텐츠 마케팅 활동은 결국 콘텐츠로 마케팅을 한다는 것이고, 이는 독자와 광고주라는 두 주군을 하나로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독자로부터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경험한 실제 사례를 통해 차근차근 생각해보시죠.
chap.1 오로지 독자만 생각한 콘텐츠의 전말
필자는 지난 2015년경 온라인 미디어를 하나 오픈했었습니다. 당시 매체 콘셉트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모으는 것이었어요. 오랜 세월 신문 등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느낀 건, 기성 미디어가 너무 ‘뉴스가치’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것이었죠. 모든 언론사가 비슷한 잣대로 뉴스가치를 따지다 보니, 나오는 뉴스가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이야기의 변별력이 없다시피 한 거죠. 주변 지인이나 친구, 가족들에게서 듣는 이야기들이 훨씬 흥미롭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우리 세상에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정치인 아무개, 재벌 아무개 얘기 말고, 우리 주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해보면 어떨까?’
사실 굉장히 순진무구한 발상이죠. 기자 생활의 회의감이나 피로도가 극에 달했을 때였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매체 슬로건을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드라마가 있다’로 잡고, 온갖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지인으로 시작해, 지인의 지인, 지인의 지인의 지인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했죠. 그야말로 백화점 식으로 이야기가 모였어요.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가 육아일기를 연재하는가 하면, 고고학 박사의 이집트 탐방기도 다뤄졌죠. LP 바를 좋아하던 중년은 LP 바를 순례했고, 바다를 좋아하는 여대생은 전국의 바다를 기록했어요.
사실 수익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시도였어요. 오히려 모든 원고를 유가로 구입했죠. 아무리 글이 조악해도 공짜로 원고를 받지는 않았어요. 일반인을 기자 혹은 작가로 만들어주는 경험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외부의 다른 수익 활동으로 충당한 자금을 좋은 이야기 사들이는 일에 쏟아 붓고, 그들이 보내주는 원고를 말끔히 다듬어 윤기를 더하는 작업까지 저희가 감당했었죠. 당시 원고료를 받고 연재했던 콘텐츠를 자신의 책으로 출간한 필자까지 있었으니, 자선사업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효과는 있었어요.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포스트 같은 채널의 팔로워가 쑥쑥 늘었죠. 우리네 삶이 담고 있는 이야기도 분명 임팩트가 있다는 얘기일 거예요. 업계에서 ‘눈 여겨 보고 있다’는 응원 메시지도 심심찮게 받았죠.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필자 층이 두터워지고, 팔로워도 늘었지만 그걸로 무엇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사내 모든 구성원이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단장하는 일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 영업이나 마케팅은 그저 다른 세상 일이었어요. 그 사이 회사의 수익을 충당했던 외부활동이 뜸해졌어요.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를 수익화하지 못하니, 아니 오히려 비용만 쌓는 구조이니 버틸 재간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독자만 생각했던 콘텐츠는 그렇게 막을 내렸죠.
chap.2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독자가 수익의 원천이라는 걸
3년 후, 매체를 전격 ‘피봇(Pivot)’했어요. 이번에는 정반대였어요. 무게중심을 완전히 광고주로 옮겼죠. 당시엔 일종의 ‘오기’마저 있었던 것 같아요. 한 줄, 한 글자라도 돈이 되지 않는 글은 쓰지 않겠다는 오기였죠. 기업이나 기관이 원하는 내용을 최대한 그들의 의도에 맞춰 썼죠. 독자에 대한 생각은 제로에 수렴했어요. 마치 순수함을 무시당해 비정해져 버린 아이처럼 대했죠. 그 과정에서 수익 개선도 실제로 이뤄졌고요.
하지만 이는 답이 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회사의 방향성이 광고대행사 혹은 홍보대행사와 다를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방향성만 그렇다는 것이지, 전문성은 그들과 경쟁할 만한 수준조차 못됐고요. 문득 대학에서 여러 동기들을 대리출석해주던 친구 녀석이 생각났어요. 고개를 숙인 채 목소리를 이리저리 어설프게 변조해가며 “네~~”, “넵!”, “예에”, “왔습니다” 따위를 몇 번이고 외치던 녀석… 매체가 가진 고유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겁니다.
우리 목소리가 한껏 드셌을 때, 정성스런 필자와 충성스러운 독자가 함께 하고 있었을 그때, 콘텐츠 마케팅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어땠을까요?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먼저 콘퍼런스나 이벤트를 준비해볼 것 같습니다. 마케팅 전문 연구기관 마케팅 프로프스(Marketingprofs)에 따르면, 콘텐츠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기업의 70%가 자체 이벤트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하네요. 소규모 고객 대상일 수도 있고, 여러 세션을 동반하는 대규모 행사일 수도 있죠. 유료 입장료와 스폰서십 등을 통해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교육·강연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죠. 특히 ‘글쓰기에 관심이 많거나, 차별화된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인 사람들’이라는 성향이 뚜렷한 만큼, 타깃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이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부 모델이나 크라우드 펀딩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었겠네요. 미국의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처럼 매체의 대의명분에 동참을 유도할 수도 있고, ‘와디즈’나 ‘킥스타터’ 같은 펀딩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필자들의 개별적인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겠죠.
또한 축적된 콘텐츠 중 가치가 돋보이는 것들을 선별하여 프리미엄 콘텐츠화 하거나, 일부를 유료화하여 구독 모델을 만드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었을 겁니다.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활용한 콘텐츠의 2차 가공 등 디지털 수입원도 무궁무진하고요.
충성스러운 오디언스가 구축되었을 때 이를 활용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와 초연결 시대의 등장은 보다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브랜드와 독자를 연결하죠.
운동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영상 속 트레이너가 추천하는 운동기구를 샀던 경험이나, 가수들의 일상 예능을 보다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곡의 음원을 구매했던 경험 등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우연히 틀어진 홈쇼핑 방송을 주시하다가 홀린 듯이 ARS를 연결하는 풍경 역시 핵심적인 연결고리는 바로 콘텐츠죠. 독자라는 하나의 주군을 충실히 섬기는 콘텐츠의 존재, 콘텐츠 마케팅에 핵심 요소이자 절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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