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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자의 콘텐츠 마케팅

#2. 콘텐츠 민주화의 시대, 콘텐츠가 최고의 위기관리다

by 습자 2022. 9. 29.

미디어를 통제할 수 없으면,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라

 

덴마크 3대 은행인 위스케뱅크(Jyske Bank)의 뉴스룸을 이끄는 라세 헤글레트 국장의 이 발언은 오늘날 불고 있는 콘텐츠 민주화의 바람을 잘 설명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글로벌 대기업을 위시하여 많은 브랜드들이 사내에 직접 뉴스룸(News room)을 꾸리고, 전문 미디어 회사에 버금가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죠. 자연스레 저널리스트나 스토리텔러들이 브랜드 쪽으로 유입되는 경향도 커지고 있고요. 필자의 기자 지인들 중에도 스스로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자체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가 꽤 많더라고요.

 

사실 언론사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영향력, 그리고 공신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젠 이름표따위는 중요하지 않죠. 오로지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 디지털 패러다임에 적합한 콘텐츠가 먹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언론계에는 소위 밀어내기라는 용어가 있었습니다. 특정 기업에 부정적인 기사가 뜨거나 덮고 싶은 이슈가 터졌을 때, 해당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기업 입장에선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뿐더러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죠. 문제는 그 효능마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갈수록 똑똑해지는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기엔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요. 오히려 진짜 문제가 많은가?라는 부정적인 인식만 더하게 됩니다.

 

기업들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건 일방향의 미디어가 세상을 지배했기 때문입니다. 취재·작성·발행을 독점하는 미디어가 정보를 통제하는 비대칭 구조였던 것이죠. 콘텐츠 민주화의 바람은 그런 측면에서 유의미한 변화입니다. 이제 어떤 기업, 심지어 개인도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와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됐죠. 미국의 저널리스트 톰 포렘스키(Tom Foremski)모든 브랜드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결국 모든 건 콘텐츠의 완성도에 달려 있을 따름입니다.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고, 보다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 출처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죠.

 

당신의-이야기를-들려-달라는-메시지
바야흐로 콘텐츠 민주화의 시대다.

 

Chap. 1 워크맨으로 세상 호령하던 소니는 왜 스토리텔러가 됐나

콘텐츠로 재미를 본 기업들 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곳들이 있죠. 콘텐츠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에 단골로 등장하는 레드불이나 레고, GE 같은 회사들입니다. 모두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구상과 가치 있는 콘텐츠로 급기야 미디어 기업으로의 면모까지 갖춘 곳들이죠.  

하지만 필자에게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소니(SONY)’였습니다. 아마도 해당 기업이 저와 유년기를 함께 했기 때문일 겁니다.  어린 시절 소니 제품은 그야말로 부의 상징이었어요. 친구 집에 소니 TV나 캠코더가 있다고 하면, 백이면 백 제법 잘 사는 친구였죠. 실제로 당시 소니의 위상은 정말 대단했어요. 워크맨, 디지털카메라 같은 제품들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선도 기업이었으니까요. 80~90년대 포브스지가 발표한 세계 IT 기업 순위에서도 늘 TOP5를 유지했을 정도였죠. 

하지만 21세기 들어 디지털 전환의 파고를 만나며 급격히 휘청거리기 시작했죠.
가전의 꽃이라 불리는 TV시장에서 2006년 삼성에게 왕좌를 내준 뒤, 3년 후 LG에게 2위 자리까지 뺏긴 것은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었죠. 

위기의 순간, 소니를 일으켰던 건 다름 아닌 콘텐츠였습니다. 게임, 영화, 음악으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부분에서 답을 찾은 것이죠. 실제로 소니는 자사의 얼굴과도 같았던 전자 사업 분야를 하나하나 내려놓으면서 ‘선택과 집중’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2014년에 PC사업과 TV사업을, 2017년에는 배터리 사업을 차례로 정리했죠. 삼성과 경쟁하기보단, 삼성과 달라지기로 한 것입니다. 실제로 2020년 소니의 매출에서 게임·영화·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이릅니다. 2000년에는 불과 26%에 그쳤던 영역들이었어요. 아예 다른 회사가 된 것이죠. 


사실 위의 사례는 콘텐츠 민주화나 콘텐츠 마케팅의 영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소니의 경우, 오히려 ‘알파 유니버스(Alpha Universe)’ 같은 플랫폼을 통한 카메라 관련 콘텐츠로, 전문가 카메라 시장의 우위를 점한 부분이 더 전형적인 사례가 되겠네요. 그럼에도 콘텐츠가 갖는 잠재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특히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로서 콘텐츠가 갖는 강력한 힘을 말이죠. 

 

Chap. 2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을 더욱 빛나게 한다.

기업이 생애주기 별로 다양한 위협에 직면했을 때, 콘텐츠를 통해 답을 찾았던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150년 가까이 된 전통의 테니스 대회 ‘윔블던 챔피언십’(이하 윔블던)의 예를 들어볼까요? 전 세계 10억 명이 시청하는 이 유서 깊은 대회는 고민이 있었어요. 타깃 오디언스가 점점 늙고 있다는 것이었죠. 스포츠 이벤트임에도 생동감이 확연히 떨어지게 된 겁니다. 윔블던은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웠어요. 그것도 아주 젊고 스마트한 콘텐츠로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9개의 채널을 재정비하고, AI기술까지 활용해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죠. 이런 노력은 윔블던을 전통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이미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젊은이들도 열광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진 거죠. 지난 2018년 인스타그램에 올린 대회 하이라이트 영상의 조회 수는 전 년 대비 500%가 증가했다고 하네요. 

테슬라 같은 혁신기업은 콘텐츠 관리가 특히 중요할 겁니다. 파괴적 혁신에는 생애주기 내내 크고 작은 잡음과 구설수가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실제로 2013년에는 유력 일간지 기자가 “테슬라 차량의 배터리가 공개한 것보다 빨리 방전 된다”는 보도를 하면서 테슬라를 위기에 빠뜨렸던 일도 있었어요. 계약 취소가 줄을 잇는 등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었죠. 아마 과거 같으면 테슬라 측에서 온갖 매체를 동원해 해당 사건에 대한 변명이나 자사의 긍정적인 보도를 우후죽순 쏟아냈을 겁니다. 타임스퀘어나 슈퍼볼 같은 곳에 값 비싼 광고를 올렸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테슬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사 블로그에 관련 포스트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죠. 스스로 콘텐츠의 발행주체가 된 겁니다. 브랜드가 마음만 먹으면 언론사보다 정확하고 강력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것이 바로 위기를 타개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의 힘이죠. 

콘텐츠 민주화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누구든 원하는 콘텐츠를 창조해 낼 수 있습니다.
유튜브도 있고, 블로그도 있고, 수많은 SNS 플랫폼도 있죠.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에 '유튜버'가 포함되어 버린 시대, 수많은 직장인들이 유튜버나 블로거로 부업을 하거나 아예 전업을 도모하는 시대가 바로 콘텐츠 민주화의 시대입니다. 개개인도 하나의 브랜드라고 가정하면, 이 또한 브랜드 저널리즘이겠죠. 감성적인 동시에 효과적이며, 시대에 호응하는 민첩한 콘텐츠는, 자신을 스스로 꿈꾸고 원하는 브랜드의 모습으로 완성해 줄 것입니다. 모두가 어려운 이때, 그 힘은 더욱 빛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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