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 경기가 어느덧 한 경기 남았습니다. 이번만큼은 부디 찾지 않기를 바랐던 ‘경우의 수’를 다시 들추게 됐네요.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한 대한민국 대표팀, 여전히 16강의 희망은 살아있을까요?
어제 대한민국 대 가나의 경기는 어떻게 보셨나요? 가나 팀은 생각했던 그대로였습니다. 빠르고 현란했어요. 월드컵을 앞두고 출중한 선수들을 긴급 수혈했다던데, 그에 비하면 조직력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역시 골 결정력이었죠. 지난 포르투갈 전에서도 느꼈는데, 기회가 많지는 않아도 한 번 기회를 잡으면 결코 놓치지 않더라고요. 어제도 유효슈팅이 3개인데 전부 골로 완성됐잖아요. 상대편을 응원하는 입장에선 허무할 정도였죠.
우리 대표팀 역시 나쁘지 않은 경기였어요. 수비의 높이가 강점인 가나 팀을 상대로 헤더로만 두 골을 성공시킨 집념은 가슴이 벅찰 정도였죠. 하지만 늘 그렇듯 한 끗이 모자라는 느낌이었어요. ‘손흥민 선수가 정상 컨디션이었더라면’, ‘황희찬 선수가 출전했더라면’, ‘3번의 골 중 하나만 집중력 있게 대처했더라면’…여러 가지 미련과 후회가 남지만, 게임 그 자체로 매우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승부였다는 것에 만족하렵니다. 상대 팀 역시, 4년 간 열심히 준비했고, 최선을 다해 뛰었으니 그에 합당한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밖에요.
자, 지나간 버스를 향해 아무리 손을 흔들어봤자 팔만 아플 뿐이죠. 게다가 아직까지 모든 희망의 불씨가 꺼진 것도 아니에요.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의 끈. 올해 역시 그 끈을 끝까지 부여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chap 1. 대전제는 포르투갈 전 승리, 전제부터 어렵지만…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마무리 된 이후 관심은 H조의 또 다른 게임, 포르투갈 대 우루과이의 승부로 모아졌습니다. 사실 어느 쪽이 이기든 우리에게 남아있는 가시밭길이 크게 달라지진 않아요. 두 팀의 지난 게임들을 지켜본 결과, 개인적으론 포르투갈의 낙승이 예상됐습니다. 우루과이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개개인의 이름값을 비교해도 한 차원 높다고 봐야 하고요. 두 나라의 경기는 과정도 결과도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더군요. 포르투갈의 2대 0 승리. 이로써 포르투갈은 승점 6점을 확보하며 H조에선 처음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현재까지 H조의 순위를 보면 1위인 포르투갈이 승점 6점, 2위 가나가 승점 3점, 대한민국과 우루과이가 승점 1점으로 같습니다. 다득점 기준까지 보면 대한민국이 우루과이에 미세하게 앞서있지만 현재 시점에선 큰 의미가 없죠.
이제 마지막 게임, 포르투갈 대 대한민국과 가나 대 우루과이 전이 남아있죠. 이 경기들은 우리 시간으로 12월 3일 0시, 그러니까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동시에 개최됩니다.
대한민국이 16강에 오르기 위한 경우의 수 시나리오는 일단 남은 포르투갈 전 승리를 대전제로 합니다. 이 경기에서 패하거나 비기면, 다른 쪽 경기는 기웃거릴 필요도 없어요. 깔끔하게 가나와 우루과이 중 승리한 쪽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포르투갈을 잡는 대이변이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때부턴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려 봐야 합니다.
chap 2. 우리의 선전만큼, 우루과이의 선전도 기대해야
자, 앞서 얘기했던 대로 우리가 포르투갈을 이겼다고 하자고요. 가까스로 1대 0 정도의 신승을 거뒀다는 가정이 그나마 현실적이겠죠. 일단 여기까지 정리하면 우리는 승점 4점이 됩니다.
승점이 같으면 어떻게 순위가 매겨지는 지도 한번 살펴봐야겠네요. 가장 먼저 ▲골득실을 보고 ▲다득점 ▲동률팀 간 승자승 ▲동률팀 간 골득실 ▲동률팀 간 다득점 ▲페어플레이 점수 ▲추첨 등으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두 팀의 승부에서 가나가 힘을 발휘해버리면, 우리로선 희망이 없습니다. 가나가 승리하면 승점 6점이 되어, 아예 포르투갈까지 넘어 조 1위가 될 수도 있어요.(포르투갈이 대한민국에 패배하는 세계관을 가정)
가나가 무승부를 거두면 우리와 똑같이 승점 4점이 되지만, 그 경우에도 가나가 올라갈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와 골득실이 같지만 득점을 훨씬 많이 했기 때문에 다득점 우선순위에 의해서 조 2위가 되는 것이죠.(우리가 2점 이상을 얻으며 포르투갈을 이기는 시나리오는 일단 배제합니다.) ‘동률팀 간 승자승’ 기준에서도 우리가 불리하고요.
말이 경우의 수이지, 우리에게 희망적인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네요. 그렇습니다. 결국 우루과이가 가나를 잡아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길 경우, 가나는 2패가 쌓아서 탈락이 확정되고 1승 1 무 1패로 승점 4점을 얻은 우리나라와 우루과이가 동률을 이룹니다.
이 경우에는 우리 쪽으로 유리한 조건들이 많습니다. 일단 우루과이는 앞서 포르투갈에 2골 차이로 졌죠. 우리와 우루과이가 최종전에서 같은 골 차이로 승리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골득실 차에서 앞서게 됩니다. 만약 우루과이가 두골 차이로 가나에게 승리하여 골득실 차 역시 동률이 된다고 해도, 우리가 유리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다득점 원칙이 이번에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가나 전에서 패하긴 했지만 2골이나 넣었잖아요. 우리가 우루과이보다 +2의 다득점 어드벤티지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가 포르투갈을 1대 0으로 이기고, 우루과이는 가나를 2대 0으로 이긴다는 시나리오로 계산기를 두드려 볼게요. 이럴 경우 승점 4점을 획득한 우리나라와 우루과이의 골득실 차는 0으로 같습니다. 하지만 다득점에선 우리가 3점으로 우루과이(2점)를 앞섭니다. 우리가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것이죠.
자, 정리하겠습니다. 우리가 포르투갈을 이기고, 우루과이가 두 골 차이 이내로 가나를 이기면 우리가 16강에 올라갑니다. 굉장히 깔끔하게 떨어지죠? 물론 실현되긴 힘듭니다. 기적이 연속되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기적의 수를 헤아리고, 그 얼마 안 되는 가능성에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매달리는 것이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월드컵의 또 다른 재미 아닐까요? 마지막까지 대한민국 대표 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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